2006년 09월 28일
인간미 넘치는 작은 도서실, '자동화 시스템화'에 직면하다
인간미 넘치는 작은 도서실, '자동화 시스템화'에 직면하다
강풀님의 '일쌍다반사', 미소와 웃음을 되찾다!
리장
강풀님의 '일쌍다반사', 미소와 웃음을 되찾다
* 킥킥 : 나오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잇따라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3일 전부터 내 입가에는 그 웃음소리와 미소가 가득했다.
길 거리에서 지하철안에서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버스안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왜 그랬을까? 얼마전 다시 읽게된 '냉정과 열정사이'의 쥰세이처럼, 다소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인 자신을 바보처럼 미소짓게 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월요일에 빌린 강풀님의 '일쌍다반사(문학세계사)'라는 그림책 때문이었다.
이 그림책을 손에 들고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읽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미친 놈처럼 킥킥 웃고 말았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속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묶어놓은 강풀님의 그림속 이야기들 하나하나는, 웃음을 잃어버리고 있던 내게 웃음과 미소를 되찾게 해주었다.
강풀님의 일쌍다반사, 웃음을 되찾고 싶은 분에게 강추!
밥 먹고 술먹고 토하고 똥싸고 피 흘리고 등등...
조금 지저분하고 더럽고 역겹기까지 한 소재들과 장면들이 있지만 그것 모두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이기에, 더욱 강열한 웃음을 내게 선물로 준 듯 하다.
강풀님의 만화를, 이 그림책으로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포탈사이트 다음(DAUM)에 연재되고 있던 만화들을 드문드문 본 적도 있고, 지난 여름에는 연재가 끝난 '타이밍'을 재미나게 본 적도 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타이밍', 무더운 여름날 어두침침한 사무실에서 만화를 볼 때 장면장면은 나를 오싹하게 만들었었다.
가까이서 책을 빌려볼 수 있게 되어 참 좋다!
우리 동네에는 마땅히 책을 빌릴 만한 곳이 없다.
애용하던 새마을 문고도 이전해 갔고,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려면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가야한다.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이 있어도 꾸욱 참아야 한다.
그런데 지지난주 불현듯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3년전쯤의 기억이.
그 기억을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 보았다.
마치 강풀님이 한창 연재하고 있는 '26년'처럼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키워드는 '인천지방공무원' '인천지방공무원 연수원' 등 이었다.
하지만 잘 검색되지 않았다. 가물가물한 기억 때문에 그 명칭이 정확하지 않아서이다.
몇차례의 시도끝에, 찾고자 했던 '인천광역시 지방공무원 교육원(http://loti.incheon.go.kr/) ' 홈페이지를 찾아냈다.
이 도서실에서 빌린 프란츠 파농 평전
왜 그렇게 집요하게 찾으려 했냐?
그 곳에 도서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집에서 빠른 걸음으로해서 10분이내 거리에 있는 지방공무원 교육원내에 13,000여권의 책이 소장된 도서실과 독서실(열람실)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강풀님의 '일쌍다반사'도 그렇고, 앞서 언급한 '냉정과 열정사이', '탈무드' 그리고 오늘부터 새롭게 읽기 시작한 프란츠 파농 평전 '나는 내가 아니다'도 다 여기서 빌려보고 있다. 읽은 책들은 간단하게 서평이라도 써야하는데 이거 도통 시간이 나지 않는다. ^^::
인간미 넘치는 작은 도서실, '자동화 시스템'에 직면하다
암튼 책을 빌려볼 수 있을까하고 처음 지방공무원 교육원을 찾아갔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친절한' 수위아저씨와 도서실 사서였다. 학생시설 다니던 옛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붕어빵처럼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인간미'가 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교육원 정문을 지키는 수위아저씨는 도서실에 출입하려면 신분증을 맡겨놓고 들어가야 했지만, 그냥 다녀오라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혼자 도서실을 지키며 책을 읽던 사서도, 직접 손으로 써서 표기하는 노란색 대출카드를 친절하게 만들어주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대출기간(5일)을 하루 넘겨서 가져왔을 때도 친절하게 재연장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IC칩이 들어간 대출카드가 아닌 노란 종이의 대출카드가 참 정겹다
하지만, 인간미가 살아남은 이 도서실도 '자동시스템화'란 변화의 바람을 맡고 있다고 한다.
도서실의 효율적인 운영과 많은 동네주민들, 이용객의 방문을 늘리려고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간 사람들이 이를 제때 반납치 않고 가져가 버려 분실되는 책들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사서는 내게 분실된 책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일일이 전화로 반납을 독촉해보지만 이사간 사람들도 많아 쉽게 되돌려받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동화된 시스템을 도입해, 반납과 대출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이 잡혀있다고 한다.
자동화된 반납시스템에서는 가차없이 '대출 중지' 당한다
몇차례 요즘 새로이 만들어진 공공도서관들을 둘러본적이 있는데, 자동반납기, 자동좌석표발급기, 검색대 등 모든게 자동화 디지털화 되고 있어 겉모양은 편리해 보이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용객들의 편리를 위한 것도 아니어서, 번거롭게 번호표를 뽑아서 기다려야하고 반납할 책도 일일이 이용객들이 처리를 해야했다. 비용절감을 위해서 관리의 효율화를 위한다고 하지만, 나이드신 분들이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 기계의 작동법이 익숙치 않아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도서관을 찾는 이를 처음 맞이하는게, 커다란 기계덩어리와 벽과 천장에 부착된 CCTV라니, 정말 사람이 드나들 곳이 못된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열람표 무인 반납기, '무인'이란 말이 너무 삭막하다
효율과 효과, 편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책과 사람이 만나 올바른 인성을 만들어가고, 지혜와 지식을 얻으며 사색을 할 수 있는 따뜻한 도서관을 점점 차갑게 인간미가 없는 삭막한 곳으로 만들어버린게 아닌가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낸, 친절한 수위아저씨와 사서가 있는 인간미 넘치는 작은 도서실 조차, 삭막한 자동화된 도서실로 변한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
그것도 양심없는(?) 몇몇 사람들에 때문에, '자동화 디지털화 기계화' 된 도서관이 그 정당성을 얻고, 점점 늘어만 가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 인천지방공무원 교육원 본관 1층에 위치한 독서실(열람실)은 60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연중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 도서실도 대출카드를 발급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단, 대출카드는 동네사람에 한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도서실과 열람실 이용을 위해서 교육원을 찾는다면, 우선 정문에서 수위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해야한다.
# by | 2006/09/28 13:27 | 희망의책읽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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