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농부의 꿈과 애환 싣고 달리던 경운기의 녹슨 황혼!! 호젓한 겨울들녘 너머 계양산이 보인다. 비닐하우스를 빠져나오니 우리집 경운기 두대가 눈에 띄였다. 우리집 초대 경운기 짐칸과 안장 모두 짙은 갈색으로 녹슬었다. 수숫대와 깨줄기를 싣고 있는 경운기 효자일꾼은 녹슨 황혼기에 빠져있었다. 초대 경운기와 2대 경운기가 아랫밭에서 잠을 자고 있다. 집에서 두번째로 산 경운기 녹이 슬고 있지만 그래도 꽤 쌩쌩하다. 경운기 안장이 낡아 짚단으로 대신했다. 경운기는 농사꾼과 우리 가족에게 단순한 농기계가 아니다. 경운기는 어린 나와 동생에게 훌륭한 장난감이자 놀이터였다. 털털거리며 내달리는 경운기를 다시 타보고 싶다.
다재다능한 효자일꾼 경운기가 달릴 만한 길조차 마을조차 없다!!
어제(28일) 고추씨를 뿌린 아랫밭을 자전거를 타고 간만에 둘러봤습니다. 날이 풀리고 살금살금 봄기운이 밀려오는 호젓한 겨울들녘과 한증막과 같은 열기와 습기로 가득한 희뿌연 비닐하우스를 살펴보다가 옛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심술난 겨울바람에 앙상한 가지가 흔들리는 포도나무는 선잠에 빠져있었고, 찢겨진 비닐하우스의 비닐은 요란하게 펄럭였습니다.
* 살금살금 봄기운에 고추씨 뿌리니 샛노란 후리지아의 추억이~
고추씨를 뿌린 비닐하우스에 빠져나와 밭과 땅을 해치는 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세워둔 작대기를 뛰어넘으니, 작년 가을 수확한 수수대를 싣고 있는 경운기가 눈에 띄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집에서 처음 산 경운기입니다.
언제 경운기를 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누렁이가 끌던 달구지와 구르마(리어카)를 대신한 경운기는 말 그대로 '효자일꾼'으로 그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밭농사, 꽃농사, 벼농사 등등 농사꾼들의 온갖 일꺼리에 힘을 보태고 이용되었고, 수확한 농작물(토마토, 야채 등)을 산고개 너머 옆동네(가정동, 신현동)로 팔러나갈 때도 훌륭한 교통수단이 되어줬습니다. 예전에는 트럭 등 자동차가 편히 다닐 만한 포장된 길도 없었고, 농삿일을 거들만한 차량이나 농기계 또한 별로 없었습니다. 있어도 값비싸 살 엄두를 낼 수 없었고, 트럭을 이용하려면 운전면허를 따야 했으니까요.
초대 경운기는 20년 넘게 밭과 논, 집을 오가며, 고향을 지키고 땅을 일구며 살아온 가족과 마을사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초대 경운기에 탈이나 잦은 고장을 빚자 2대 경운기를 샀는데, 그것도 아랫밭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초대 경운기는 밭이나 논을 갈 때 이용하고 2대 경운기는 이것저것을 운반할 때 자주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계양산 징매이고개와 마을, 논과 밭, 저희 옛집을 관통하는 8차선 도로가 나면서부터 경운기를 끌고 다닐 수가 없어졌습니다.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 행렬과는 다르게 느릿느릿한 경운기의 움직임은 도로위에서 위태롭고 거추장스럽기 때문입니다. 도로 사정 또한 농사꾼과 경운기 운행을 위한 배려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어 집과 밭을 오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껏해야 윗밭과 아랫밭을 오갈 뿐, 그 독특한 털털거림으로 집과 마을로 진입할 생각을 접었습니다. 농부에게 단순한 농기계가 아닌 경운기가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진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에는 참 많이도 경운기를 타고 다녔습니다. 비포장길을 "털컹털컹" 내달리면 엉덩이가 시큼거렸지만, 아버지가 경운기를 운전하고 그 뒤 짐칸에 할머니, 어머니, 동생과 제가 타고는 논으로 밭으로 집으로 수없이 오갔습니다. 그 경운기 위에 꿈도 희망도 웃음도 슬픔도 고된 일상도 모두 싣고서.
그 훈훈한 추억들과 함께해 온 경운기 두 대는 겨울들녘에서 외롭게 녹슨 황혼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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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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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유레카 2009/01/29 16:22 # 답글
어릴때 저거 한대있어도 든든한 일꾼 이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s리장 2009/01/29 18:08 # 답글
경운기는 여러가지 기능이 있죠. 시소놀이도 가능하고 술래잡기 할 때 숨을 곳도 제공해주고....